스트레스, 어떻게 풀어야 할지 모르겠다면
스트레스를 '없애는' 법보다, 상황에 맞게 '다루는' 법에 대하여.
Minsoo · Founder & CEO
Mind Guide읽기 8 분
“스트레스 받지 마”라는 말만큼 쓸모없는 조언도 드뭅니다. 정작 우리에게 필요한 건 이미 받은 스트레스를 어떻게 다룰지인데, 그건 아무도 잘 가르쳐 주지 않습니다.
이 글은 스트레스를 ‘완전히 없애는’ 법이 아니라, 상황에 맞게 ‘다루고 회복하는’ 법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01. 푸는 법을 모른다는 건 이상한 일이 아니다
국립정신건강센터의 2024년 조사에서, 심각한 스트레스를 느낀다고 답한 비율은 46.3%로 2022년의 36.0%보다 크게 늘었습니다. 수일간 지속되는 우울감을 겪었다는 응답도 30.0%에서 40.2%로 올랐습니다.1
절반에 가까운 사람이 심각한 스트레스를 느끼는데, 정작 그걸 다루는 법은 학교에서도 직장에서도 제대로 배운 적이 없습니다. 그러니 “어떻게 풀어야 할지 모르겠다”는 건 게으르거나 유별난 게 아닙니다. 대부분의 사람이 겪는 자연스러운 상태입니다.
02. 왜 “운동해, 쉬어”는 잘 안 통할까
주변의 조언은 대개 선의입니다. 운동해라, 좀 쉬어라, 여행 가라, 취미를 가져라. 그런데도 잘 통하지 않는 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조언은 말하는 사람에게 통했던 방법일 뿐, 지금 내 상황을 보고 나온 게 아닙니다. 마감에 쫓기는 사람에게 “여행 가라”는 조언은 오히려 스트레스를 하나 더 얹습니다. 해소법에는 ‘누구에게나 통하는 정답’ 같은 게 없습니다. 그래서 뻔한 조언이 안 통할 때 자책할 필요는 없습니다. 방법이 틀린 게 아니라, 상황에 맞지 않았을 뿐입니다.
03. 두 갈래의 대처: 바꿀 수 있는 것과 없는 것
심리학에서는 스트레스 대처를 크게 두 갈래로 봅니다. 리처드 라자루스와 수전 포크먼이 정리한 문제중심 대처와 정서중심 대처입니다.2
- 문제중심 대처는 스트레스의 원인이 되는 상황을 직접 바꿉니다. 계획을 세우고, 우선순위를 조정하고, 도움을 요청하고, 필요하면 거절합니다.
- 정서중심 대처는 상황은 그대로 두고 그로 인한 감정을 다룹니다. 휴식, 감정 표현, 관점 바꾸기, 운동, 대화 같은 것들입니다.
둘 중 어느 쪽이 더 낫다기보다, 지금 상황에 맞는 쪽을 쓰는 게 중요합니다. 내가 바꿀 수 있는 일이라면 문제중심 대처가, 이미 벌어졌거나 내 힘으로 바꿀 수 없는 일이라면 정서중심 대처가 대체로 잘 맞습니다. “운동해”라는 조언이 통하지 않았다면, 사실은 문제중심 대처가 필요한 상황이었을 수 있습니다.
04. 나에게 맞는 방법은 실험으로 찾는다
그러니 스트레스 해소는 정답을 아는 문제라기보다, 나에게 맞는 걸 찾아가는 실험에 가깝습니다.
거창할 필요는 없습니다. 이번 주에 스트레스를 느낀 순간을 한두 번만 떠올려 보고, 그때 이게 내가 바꿀 수 있는 일이었는지 아닌지를 나눠 봅니다. 바꿀 수 있었다면 다음엔 어떤 작은 행동을 해볼지, 바꿀 수 없었다면 그 감정을 어떻게 흘려보낼지. 그리고 실제로 해보고, 나에게 어땠는지만 가볍게 기록해 둡니다.
이 과정을 몇 번 반복하면, 남의 조언 목록이 아니라 나만의 대처 목록이 생깁니다.
05. 해소보다 회복, 쌓이기 전에
스트레스는 대개 특별한 사건 하나로 폭발하기보다, 일상의 리듬 속에서 조금씩 쌓입니다. 그래서 한 번에 크게 푸는 것보다, 자주 조금씩 회복하는 편이 오래갑니다.
가끔 큰맘 먹고 하는 이벤트로는 매일 쌓이는 피로를 따라잡기 어렵습니다. 회복이 ’해야 할 일 하나 더’가 되면 그것마저 부담이 됩니다. 오히려 일상의 틈에 자연스럽게 끼워 넣을 수 있는 가벼운 루틴일 때, 회복은 지속됩니다. 우리가 오리의 꿈을 ’치료 프로그램’이 아니라 ’회복 루틴’으로 만든 이유이기도 합니다.
스트레스를 완전히 없앨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무너지기 전에, 아직 여유가 있을 때 자주 돌보는 것. 그게 우리가 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대처입니다.
References
다음 글에서는 “취미가 뭐예요?“라는 질문이 왜 누군가에겐 불편한지, 내가 뭘 좋아하는지 모르는 상태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소식은 인스타그램(@symple.kr)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Footnotes
자주 묻는 질문
- 스트레스를 푸는 정해진 방법이 있나요?
- 하나의 정답은 없습니다. 같은 상황도 사람마다 다르게 느끼고, 효과적인 대처법도 사람과 상황에 따라 다릅니다. 그래서 '누구에게나 통하는 해소법'을 찾기보다, 여러 방법을 작게 시도해 보며 나에게 맞는 것을 발견하는 편이 현실적입니다.
- 운동이나 휴식이 스트레스에 도움이 안 되나요?
- 도움이 됩니다. 다만 모든 상황에 만능은 아닙니다. 바꿀 수 있는 문제(예: 업무 과부하) 앞에서는 상황 자체를 조정하는 대처가 필요하고, 바꿀 수 없는 일(예: 이미 벌어진 일) 앞에서는 감정을 달래는 휴식·운동이 더 맞습니다. 조언이 안 통하는 게 아니라, 상황에 맞지 않았을 수 있습니다.
- 문제중심 대처와 정서중심 대처는 무엇이 다른가요?
- 문제중심 대처는 스트레스의 원인이 되는 상황을 직접 바꾸는 방법(계획 세우기, 도움 요청, 우선순위 조정 등)이고, 정서중심 대처는 상황은 그대로 두고 그로 인한 감정을 다루는 방법(휴식, 감정 표현, 관점 바꾸기 등)입니다. 통제할 수 있는 일이면 문제중심, 통제할 수 없는 일이면 정서중심이 대체로 잘 맞습니다.
- 스트레스를 잘 풀고 있는지 어떻게 알 수 있나요?
- 한 번에 완전히 사라졌는지가 아니라, 나의 평소 상태로 얼마나 잘 돌아오는지를 보면 됩니다. 회복이 특별한 이벤트가 아니라 일상에서 반복되는 루틴에 가까워질수록, 스트레스가 크게 쌓이기 전에 완충이 만들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