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상담은 누가 하나: 정신건강복지법 시행령 개정 논란
'심리상담'을 정신건강전문요원 공통업무로 추가하려는 시행령 개정안을 둘러싼 쟁점을 정리했습니다.
Minsoo · Founder & CEO
Trends & Issues읽기 9 분
최근 한국에서 ’심리상담을 누가 할 수 있느냐’가 제도적으로 뜨거운 쟁점이 됐습니다. 보건복지부의 시행령 개정안과 이에 대한 한국임상심리학회의 강한 반발이 그 중심입니다. 이 글은 어느 한쪽 편을 들기보다, 무엇이 쟁점인지를 정리하는 데 목적이 있습니다.
아래 내용은 2026년 9월 시점의 보도와 학회 발표를 기준으로 정리했습니다. 이후 입법 경과에 따라 상황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01. 무슨 일이 있었나
보건복지부는 2026년 9월 7일 ’정신건강복지법 시행령 일부개정령안’을 입법예고했습니다. 정신건강전문요원 4개 직역(임상심리·간호·사회복지·작업치료)의 공통업무에 “국가·지방자치단체 등에서 시행하는 심리상담 및 재난심리지원 사업의 수행”을 추가하는 내용입니다.1
한국임상심리학회는 9월 11일 청와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개정안의 전면 철회를 촉구했으며, 같은 날 복지부에 반대 의견서를 제출했습니다. 요구가 수용되지 않을 경우 9월 19일 전국 교수·전문가·수련생 등이 참여하는 총집회를 열겠다고 예고했습니다.12
02. 쟁점 1. 심리상담은 어떤 행위인가
가장 근본적인 쟁점은 ’심리상담’을 어떤 전문행위로 볼 것인가입니다.
학회는 심리상담을 단순한 면담이나 정서적 지지, 자원 연계와는 구분되는 임상적 전문행위로 봅니다. 심리학 이론을 바탕으로 내담자의 문제를 평가하고, 정신병리를 감별한 뒤, 자살·자해 위험을 판단하고, 사례개념화와 치료계획을 통해 증상 변화를 다루는 일련의 과정이라는 설명입니다.1
“평가 없는 상담은 위험 신호를 놓치고, 감별 없는 상담은 적절한 치료 연결을 지연시킨다”는 것이 학회장의 발언으로 전해졌습니다.3
03. 쟁점 2. 수련과 검증
두 번째 쟁점은 각 직역이 심리상담을 수행할 수련을 갖췄는지 검증됐느냐입니다.
학회에 따르면 현행 정신건강전문요원 수련과정에서 심리치료·인지행동치료·고급심리치료·집단치료·가족치료가 필수 수련과목으로 편성된 직역은 임상심리입니다. 간호·사회복지·작업치료의 상담 인접 과목은 각각 정신간호 중재, 심리사회적 사정 및 개입, 정신건강작업치료 중재 등으로 구성이 다르다고 학회는 설명합니다.1
절차 문제도 제기됐습니다. 4개 직역이 7~8월 세 차례 협의체를 운영했으나 합의에 이르지 못했고, 개별 의견서 제출 3주가 지나지 않은 시점에 개정안이 입법예고됐다는 것입니다. 시행령으로 업무범위를 넓히면서 수련과목·시간을 규정한 시행규칙은 그대로 유지된다는 점도 지적됐습니다.1
04. 쟁점 3. 환자안전
세 번째는 환자안전입니다.
국가 심리상담 사업에는 경증 대상자뿐 아니라 자살 고위험군, 조기 정신증, 중증 우울 환자 등이 유입될 수 있습니다. 학회는 위험도 평가와 정신병리 감별 역량이 충분히 담보되지 않은 상태에서 상담이 이뤄지면, 적절한 치료 연결이 늦어지거나 위험 신호를 놓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합니다.1
다만 학회는 간호·사회복지·작업치료 현장의 면담·정서적 지지·교육·사례관리 역시 각 직역의 중요한 전문행위임을 인정한다고 선을 그었습니다. 쟁점은 이를 임상심리사의 개별업무와 동일한 ’심리상담’이라는 법적 업무명으로 포괄하는 것이 적절한가라는 것입니다.1
05. 학회의 대안
- 개정안의 ’심리상담’을 삭제하고 현행 직역별 업무체계를 유지할 것.
- 공통 상담업무가 필요하다면 명칭을 ‘정신건강상담’으로 바꾸고 수행범위를 명확히 할 것.
- 교육·수련 기준과 고위험군 안전관리에 대해 각 직역의 의견을 다시 수렴한 뒤 개정 여부를 결정할 것.
학회가 제안한 ’정신건강상담’은 예방·조기발견과 정신건강증진을 목적으로 하는 초기면담, 지지적 개입, 동기강화, 정보 제공, 위기 초기 대응, 서비스 안내·연계 등을 뜻합니다.
06. SYMPLE의 관점
우리는 이 논쟁을 접근성과 전문성이 부딪치는 지점으로 봅니다.
정신건강 서비스의 저변을 넓히려는 정책의 취지에는 깊이 공감합니다. 전국민 마음투자 지원사업처럼 더 많은 사람이 상담에 닿게 하는 흐름은 분명 필요합니다. 동시에, 상담의 입구가 넓어질수록 위험을 감별하고 적절한 치료로 연계하는 역량은 더 중요해집니다.
이는 우리가 기술을 바라보는 방식과도 맞닿아 있습니다. KKEBI에서 음성과 언어 신호는 사람을 판정하는 심판이 아니라 변화를 이해하는 보조 신호입니다. 기술은 많은 사람이 자기 상태를 더 자주 돌아보게 만드는 저변의 역할을 할 수 있지만, 위험을 감별하고 치료로 연계하는 일은 충분히 훈련된 사람이 맡아야 합니다. 넓히는 일과 지키는 일은 양자택일이 아니라, 함께 설계되어야 합니다.
References
제도의 흐름과 디지털 정신건강 전반의 동향은 다음 글에서 이어집니다.
소식은 인스타그램(@symple.kr)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Footnotes
자주 묻는 질문
- 무엇이 논란인가요?
- 보건복지부가 2026년 9월 입법예고한 '정신건강복지법 시행령 일부개정령안'은 정신건강전문요원 4개 직역(임상심리·간호·사회복지·작업치료)의 공통업무에 '국가·지자체가 시행하는 심리상담 및 재난심리지원 사업 수행'을 추가하는 내용입니다. 한국임상심리학회는 직역별 수련 역량 검증 없이 심리상담을 공통업무로 확대하는 것이라며 전면 철회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 임상심리학회는 왜 반대하나요?
- 학회는 심리상담을 단순한 면담이나 정서적 지지가 아니라, 정신병리를 감별하고 자살·자해 위험을 평가한 뒤 사례개념화와 치료계획으로 증상 변화를 다루는 전문 임상행위로 규정합니다. 각 직역의 교육·수련 내용에 차이가 있는 만큼, 객관적 검증 없이 법정 업무부터 확대하면 고위험군의 위험 신호를 놓칠 수 있다는 우려입니다.
- 정신건강전문요원 4개 직역은 무엇인가요?
- 정신건강 분야에서 활동하는 국가자격 전문요원으로, 임상심리·간호·사회복지·작업치료 네 직역이 있습니다. 각 직역은 학부·대학원 교육과정과 법정 수련 내용이 달라, 상담 인접 과목의 구성에도 차이가 있다는 것이 학회의 설명입니다.
- 이 논란이 일반 이용자에게 어떤 의미인가요?
- 국가 심리상담 사업을 '누가' 제공하느냐의 문제입니다. 접근성을 넓히려는 정책 취지와, 상담의 전문성·안전을 지키려는 요구가 부딪치는 지점입니다. 이용자 입장에서는 어떤 자격의 전문가에게 상담을 받는지, 그리고 위험 상황에서 적절한 의료 연계가 이뤄지는지가 중요합니다.